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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셀러 와인셀러 장만하고 빈티지 와인 싸게 사는 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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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6-09-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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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지 3년쯤 됐을 때, 집에 굴러다니는 병이 열 개를 넘어갔습니다. 처음엔 냉장고 한쪽에 세워두면 되겠지 싶었는데, 여름 한 철 지나고 나니 코르크가 살짝 올라온 병이 눈에 띄더군요. 그때부터 진지하게 와인셀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본 건 대형마트 가전코너에 놓인 12병짜리 소형 냉장고였습니다. 20만원대 초반이었고, 문을 열면 LED가 켜지는 구조라 와인샵 분위기가 나서 마음에 들었죠. 그런데 막상 설명을 들어보니 작동 방식이 두 가지로 갈리더군요. 압축기 방식은 일반 냉장고처럼 강하게 온도를 잡아주지만 진동과 소음이 있고, 열전소자 방식은 조용한 대신 외부 온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저는 원룸이라 소음이 신경 쓰여서 열전소자 쪽으로 기울었는데, 여름철 실내 온도가 30도까지 올라가는 집이라면 압축기를 권한다는 말에 다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결국 30병짜리 중형으로 갔습니다. 가격은 40만원 중반, 이틀 배송에 설치까지 포함이었습니다. 와인을 세로로 눕혀 보관해야 코르크가와인냉장고 마르지 않는다는 와인셀러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셀러 안에 한 병씩 자리를 잡아주고 나니 그제야 제대로 보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온도는 13도, 습도는 6070 사이로 맞춰두고 있습니다. 습도까지 신경 쓰는 게 과한가 싶었는데, 라벨이 들뜨는 걸 막으려면 필요하다고 해서 습도계도 하나 넣어뒀습니다.

셀러가 생기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구매 패턴입니다. 예전엔 마실 양만 사서 바로 열었는데, 이제는 몇 년 묵혀둘 병을 따로 모으게 되더군요. 프랑스 빈티지 중에 가격이 괜찮은 걸 찾다 보면 와인 커뮤니티나 개인 블로그를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어떤 분은 셀러 한쪽에 뜻밖의 빈티지를 모아두고 그 이야기를 꾸준히 올리시는데, 그 글들을 보면 비싸지 않은 병도 몇 년 두면 충분히 값어치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저도 작년에 3만원대에 산 부르고뉴 한 병을 맨 아래 칸에 넣어두고 개봉 날만 기다리는 중입니다.

돈이 넉넉해서 시작한 취미는 아닙니다. 다만 병 하나하나가 온도에 따라 확 달라진다는 걸 겪고 나니, 셀러는 사치품이 아니라 와인을 제대로 마시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주방 한쪽에 자리 잡은 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몇 년 뒤에 꺼낼 병을 상상하는 재미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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