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바에 있다 - 아즈마 나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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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일본 작가 아즈마 나오미의 장편 추리소설. 데뷔작이며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의 제1편으로, 1992년에 출간되었다. 이후 이 시리즈는 2011년까지 총 12권이 나왔으며, 그중 1~3편은 영화화되기도 했다.
스토리 무대는 일본 최북단 지역인 홋카이도의 중심도시 삿포로. 그중에서도 삿포로 역 남쪽에 위치한 환락가 ‘스스키노 거리’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나’는 홋카이도 대학 졸업 후, 겸 사설탐정 노릇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대학 시절 후배가 찾아와, 종적을 감춘 여자동방자를 찾아달라고 문의했던다. 그 여자는 바에 가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남긴 상태다. 주인공은 돈을 벌기 위해 술집의 역할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 절차에서 드러난 사실은, 실종된 여성이 다니던 2년제 단과대학 생활과 술집 접객원의 삶이 묘하게 겹친다는 점이다. 그녀는 범죄 현장을 목격한 뒤 두려움에 쫓겨 도망친 것으로 추정되며, 남자와 동거하던 방에는 현금과 모든 짐을 그대로 두고 없어져버린 상태다. 그녀는 왜, 무엇을 두려워하며 사라졌는가?
분위기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분위기다. 삿포로의 겨울, 눈, 바, 담배 연기, 어두운 골목길 등 하드보일드 장르 특유의 요소들이 충실하게 녹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옛 장르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현대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의 욕망, 허무, 그리고 그 속에서의 조그만 정의를 함께 그려낸다. 다만, 분위기가 너무 올드하다는 인상도 강하게 든다. 1992년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배경은 1983~1984년이다. 번역가 현정수는 “등장인물들에게 별로 낡은 느낌이 없습니다”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구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은 겨우 26세임에도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반말을 쓰고, 바텐더에게는 “어이, ! 술 한잔 가져와”라고 무뚝뚝하게 말한다. 심지어 신문사에 전화해 기자에게도 반말로 정보를 캐낸다. 동네 양아치들은 그를 “영감”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26세는 취업 준비생 정도의 나이지만, 1980년대 초 일본에서는 20대 중반도 충분히 어른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 물론 한국도 ‘우정의 무대’ 시절만 해도 21세 군인은 아저씨 취급을 받았고, 뒤에서 등장한 엄마는 하항상 한복 입은 할머니였다. 결국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이 올드한 정서다. '80년대 삿포로'의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고 하는데, 물 건너 한국에서 사는 독자로서는 시대감보다는 취준생급 밖에 안되는 26세가 어른 행세 하는게 흥미로웠음.
총평 《탐정은 바에 있다》는 장르적 정석에 가까운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다. 다소 구식이고 느슨한 전개일 수는 있지만, 일본식 탐정 소설 특유의 여백과 현지적 분위기를 충실히 담아낸다. 추리보다는 인물, 대사, 지역적 분위기를 즐기는 독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다만 2020년대 독자 기준에서는 올드한 감성이 거슬릴 수도 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시대의 정서를 느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입문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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