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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냉장고 와인셀러 없이도 버틸 수 있을까? 5년 굴린 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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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2회 작성일 26-09-2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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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되는 게 보관 문제다. 냉장고에 그냥 넣어두면 되는 거 아니냐 싶다가도,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온도 습도 진동 빛까지 따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나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어차피 몇 달 안에 마실 건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 보관은 셀러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서늘하고 빛이 들지 않는 곳, 진동이 적은 자리에 두고 마개로 공기 접촉만 막아주면 몇 주에서 몇 달은 무리 없이 버틴다. 문제는 그 기간이 슬금슬금 늘어난다는 거다. 나만 해도 그랬다. 회사 서랍 속에 로피또 보졸레 빌라쥐 2010 빈티지를 한참 굴려둔 적이 있다. 사무실 서랍이 왜 와인 보관함이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사다 놓고 잊어버린 거다와인셀러. 그러다 셀러를 와인냉장고들이고 나서야 그 병을 꺼내 제자리에 꽂아뒀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냉장고가 셀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일반 냉장고는 와인에게 너무 춥다. 4도 안팎에서 오래 지내면 향이 움츠러들고 코르크가 수축하면서 공기가 스며들 여지가 생긴다. 와인은 냉장고보다 조금 높은 온도대에서 안정적으로 쉬어야 한다. 물론 그 온도대를 집에서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워서 결국 셀러를 사게 되는 거지만.

디캔팅 이야기도 조금 해두자. 오래 묵힌 병을 따면 침전물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이걸 걸러내려고 할 때, 타닌이 너무 세게 조여올 때, 혹은 향이 꽉 닫혀 답답할 때 디캔터에 옮겨 숨을 쉬게 해주면 훨씬 부드러워진다. 다만 어린 와인은 금방 풀리고, 반대로 오래된 와인은 산소에 닿는 순간 힘을 잃을 수 있으니 시간을 짧게 잡는 게 낫다. 나는 30분 단위로 조금씩 따라 마시며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다.

돌이켜보면 셀러는 있으면 좋은 것에서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병수가 다섯을 넘어가고, 비싼 병이 하나둘 섞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아직 두세 병 수준이라면 굳이 서두를 필요 없다. 서늘한 벽장 한 칸과 진공마개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다만 그 벽장이 언제까지 벽장으로 남을지는, 본인의 와인 사는 속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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