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그림자 탐정 #016. 가스라이팅? 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10-04 13:15

본문

그림자 탐정

. 가스라이팅? ①

송이의 엄마는 송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일찍 출근했다. 얼마나 요란스럽게 출근 준비를 하는지 예민한 그림자는 일찍 잠에서 깼다. 그렇다고 바로 일어날 수도 없어 송이 옆에 딱 붙어 누워있었다. 송이는 이런 것이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 있었다. 송이의 엄마가 나가고 그림자는 송이에서 떨어져 일어나 앉았다. 그제야 송이는 눈을 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것도 잠깐, 송이는 일어나 컵라면 뚜껑을 뜯어놓고 커피포트에 물을 넣었다. 그때 송이 옆으로 그림자가 드리우며 말을 걸었다. “아침부터 컵라면 먹게?” “아후, 놀래라…….” 송이는 깜짝 놀라 움찔했다.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매번 그렇게 놀라, 놀라긴?” “몰라요. 인기척 좀 하고 말하라고요.” “인기척? 그래, 알았다. 나참. 근데 컵라면으로 되겠어? 그…….” 송이는 그림자를 덜 깬 눈으로 째려봤다. “잠이나 깨고 째려보던지……. 아이고, 야. 가서 세수나 해.” “아저씨는 좋겠어요. 세수 안 해도 되고.” “별게 좋겠다. 나도 세수하고 싶거든. 얼마나 답답한지 알아? 넌 그림자가 아니라서 몰라. 나도 먹고 싶고 세수하고 싶고 그렇다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냄새를 못 맡으니…….” “치, 누가 그림자 하라고 했나?” 송이는 그림자에게 눈을 흘기고는 커피포트를 들고 왔다. “뭐라고? 아이고, 말을 말자.” “저도 이하동문이거든요.” “이게 한마디를 안 져. 아우!” 송이는 컵라면에 물을 부어놓고 욕실로 들어가 세수하고 나와 라면을 먹었다. “송이야, 화장은 안 해? 아, 먹고 할 거야?” “학생이 무슨 화장을 해요.” “그래, 학생이니……. 그런데 너희 반 여자 애들은 모두 화장한 것 같던데? 그 공부만 하는 애리라는 애도 화장을 했더라고. 아, 화장대 앞에도 앉겠네. 하나 더 추가.” 송이는 라면을 먹다 그림자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었다. 재밌지? 내가 한 위트하지?” “됐거든요. 유치해서 웃은 거뿐이에요.” “아이고, 그래. 나도 됐다. 그럼 저기 저 많은 화장품들은 뭐야? 장식품이야?” “엄마 거예요.” “저게 다?” 송이는 라면을 입에 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재로 화장품도 다 탔을 텐데……. 언제 저렇게 화장품을 또 산거야?” “엄마는 회사에 나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화장은 필수라고 하셨어요.” “에이, 그게 아니던데. 얼굴이 뽀얀 게 너보다 더 좋은 것 같더라. 열일곱 살 너보다 더 좋아 보였어. 엄청 피부에 신경 쓰나본데. 아침에도 얼마나 거울을 이리저리 보며 화장품을 바르는지…….” “내 피부가 어때서요? 나름 피부 좋다고…….” “누가 그래?” 그림자가 자신의 말을 싹둑 자르자 눈을 흘겼다. “몰라요. 그게 지금 중요해요? 라면 빨리 먹고 학교 갈 준비해야 하니까 자꾸 말 걸지 말라고요. 정신없어서 라면도 제대로 못 먹겠네.” “어라, 뭘 준비할 게 있다고? 챙겨야 할 교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챙길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라면만 먹고 옷만 입으면 되는 거 아니야, 저 꼬질꼬질한 교복. 송이야, 엄마한테 교복 새로 사달라고 해. 저렇게 화장품 살 돈은 있고 네 교복 살 돈은 없다고 그래?” “사달라고 해봤자 안 사주실 거예요. 금방 큰다고, 좀 더 큰 다음에 사자고 하실 게 뻔해요.” “뭘 더 커? 넌 다 커…….” 송이는 라면을 다 먹었는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그림자를 째려봤다. “그렇게 보지마라. 무섭다. 사실 다른 여학생들보다 큰 건 맞잖아?” “맞아요. 그래도 어떡해요? 엄마가 그러라면 그래야 하는 걸요. 치!” “아이고, 이걸 효녀라고 해야 하나? 멍처…… 아니, 바…… 이것도 아니고. 아이고, 몰라. 나도. 왜 내가 이렇게 답답하고 열 받는지 모르겠네.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니요. 저도 답답하고 화나요. 그런데…… 못하겠어요. 엄마 앞에서는.” “그런 거야? 아이고, 이걸 어쩌지? 정말 내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다 하고 싶다, 이거.” 송이가 의기소침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못마땅한 그림자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해? 라면 다 먹었으면 빨리 치우고, 교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아이, 깜짝야! 놀랐잖아요. 그렇게 큰소리로 말 안 해도 다 들리거든요. 정말 못 됐어.” “그래, 이렇게 하라고. 나한테 하는 것처럼. 나한테는 이렇게 잘도 소리치면서, 참.” “몰라요. 자꾸 잔소리만 할 거면 말하지 마세요.” 송이는 그렇게 말하고 걸려있는 교복을 들어 그림자를 쳐다봤다. 그림자는 아무 말 없이 자연스럽게 뒤돌아섰다. 그제야 송이가 옷을 교복으로 갈아입고 그대로 가방을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 모텔을 나와 학교로 가는 동안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번에도 그림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똑똑!” 인기척을 하라는 부탁을 잊지 않고 노크소리를 내는 그림자가 고마웠는지 송이는 대꾸를 해줬다. “왜요?” “송이야, 아침에 조깅이라도 하자니까, 그걸…….” “자꾸 잔소리 할 거예요? 계속 그러면 정말 아저씨 말에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아이고, 나한테 하는 반만큼만 엄마한테 해라, 그러면…….” “내가 말했죠. 엄마 무섭…… 그러고 보니, 아저씨한테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아저씨는 그림자라서 그런가? 편해요. 말도 막 하게 되고.” “그래, 나라도 편하니 다행이다.” “미안해요. 앞으로 조심할…….” “아니야, 됐어. 하던 대로 해. 이게 정상이야. 네가 엄마한테 하는 게 비정상…… 아니, 네가 아니라 네 엄마가 비정상이지. 맞지. 입은 삐뚤어져도 말을 바로 하라고 했어. 아, 이런. 또 화났어? 아니, 그렇잖아. 네 엄마가 너한테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알아요, 저도. 하지만 자기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는 걸…… 누가 좋게 듣겠어요.” “효녀 났네.” “뭐라고요?” 걷다 말고 송이가 그림자를 힐끗 째려봤다.

그림자 탐정 . 가스라이팅? ①

대표번호031-818-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