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후불상조 무빈소로 장례 치르면 3일이 어떻게 달라질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6-09-16 22:05

본문

작년 겨울,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집은 무빈소로 장례를 치렀다. 처음엔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 빈소라도 차려야 조문객이 온다고. 그런데 어머니가 먼저 그러셨다. 사흘 동안 상주들 잠 못 자고 버티는 거, 죽은 사람이 원하겠어. 결국 가족회의 끝에 빈소 없이 가기로 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도 따로 알리지 않았다. 부고 문자 하나 보내지 않았다는 게 지금도 조금 미안하긴 하다.

대신 우리는 집에 있었다. 첫째 날은 그냥 집이었다. 이상하게도 전화가 안 오니까 시간이 천천히 갔다. 둘째 날엔 형제들이랑 아버지 물건을 정리했다. 낡은 지갑, 라디오, 반지 하나. 빈소였으면 정신없이 맞이하고 절하고 술 따르느라 못 했을 일이다. 셋째 날 아침에 안치실로 갔다. 거기서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뵙고 발인을 했다. 빈소에서 사흘 고생할 우리가 무빈소로 치렀기 때문에, 정작 마지막 인사는 훨씬 차분하게 할 수 있었다.

비용도 확실히 달랐다. 빈소 임대료, 상주 방, 조객 접대 음식값이 통째로 빠졌다. 대신 안치료와 운구, 화장 비용만 나갔다. 전체 장례비가 예상보다 훨씬 적게 나왔고, 남은 돈은 어머니 생활비로 돌렸다. 물론 무빈소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부모님 연세가 많고 조문객이 정말 많다면 빈소가 나을 수 있다. 그건 각 집안 사정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요즘 이상한 기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양창릉지구 도면 유출 건, 법원이 위법 없다고 한 판단, 투기 세력 이득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빈소 문제랑은 전혀 다른 사안인데도 자꾸 겹쳐 보인다. 무언가를 무빈소둘러싼 판단이 참 후불제상조빠르다는 생각. 종후불상조로 르메이에르 빌딩이 흔들려서 대피했다는 소식도 그렇고, 원인 조사 중이라는 말만 남았다. 5분 흔들림에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다는데, 그 5분이 누군가에겐 아주 길었을 거다.

무빈소로 치른 3일은 짧았다. 하지만 그 짧음 덕분에 우리는 아버지를 보내는 시간을 온전히 우리 것으로 쓸 수 있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그건 우리 식구끼리 정한 방식이었다.
대표번호031-818-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