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와인냉장고 와인셀러 없이 버틴 3년, 결국 장만한 이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댓글 0건 조회 22회 작성일 26-09-21 02:02

본문

처음 와인에 빠졌을 때는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두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때 산 3만 원짜리 칠레 카베르네를 한 달 뒤에 열었는데, 냄새가 밥솥 열었을 때처럼 퀴퀴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습니다. 이건 온도 문제가 아니라 환경 문제구나.

와인셀러가 꼭 있어야 하냐고 물으면, 저는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라고 답해요. 당장 이번 주에 마실 병이라면 진공마개로 공기 빼고 서늘한 신발장 위에 세워둬도 사흘은 무난합니다. 실제로 저는 그렇게 1년을 버텼어요. 문제는 언젠가 마셔야지 하고 아껴둔 병이었습니다. 선물받은 보르도 한 병을 2년 방치했다가 개봉했는데, 코르크가 세균 먹은 냄새가 확 올라와서 그냥 싱크대에 부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중고 와인셀러를 알아봤죠.

고를 때 제가 본 건 세 가지였어요. 첫째는 진동입니다. 컴프레서 방식은 확실히 온도를 잘 잡아주지만 진동이 생겨서, 침전물이 많은 오래된 병에는 안 맞더군요. 저는 20만 원대 소형 펠티어 셀러로 시작했는데, 여름철 실내 32도까지 오르는 날엔 내부가 18도까지 밀려서 결국 에어컨 켠 방에 같이 세워뒀습니다. 둘째는 빛. 유리문이 예뻐 보여도 햇빛 드는 자리에 두면 라벨이 바래고 맛도 먼저 늙어요. 셋째는 습도인데 6070 사이가 코르크가 마르지 않는 구간입니다. 저는 김치냉장고용 습도계를 하나 넣어서 눈으로 확인하고 있어요.

디캔팅은 언제 하냐면, 저는 두 가지 신호를 봅니다. 병 바닥에 가루 같은 침전이 보이거나, 코르크를 뽑았는와인셀러데 향이 닫혀서 잡와인냉장고내만 날 때요. 이때는 큰 디캔터에 부어서 30분쯤 두면 확실히 달라집니다. 다만 20년 넘은 오래된 병은 산소에 금방 죽으니, 디캔터 대신 잔에 따라 마시면서 10분 단위로 변화를 보는 게 안전해요.

결국 셀러는 보관보다 관리를 위한 물건이더군요. 온도계, 습도계, 진공마개, 이 세 개만 있어도 와인 인생의 절반은 해결됩니다.
대표번호031-818-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