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추천 『장미와 나이프』|히가시노 게이고 탐정 미스터리,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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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장미와 나이프』 개정판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범죄 미스터리의 품격을 증명한다.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일상의 현실을 벗어나 냉정한 추리의 세계로 끌려들어간다. 총성과 장미, 전화기와 칼, 표지에 담긴 모티프들부터가 이 소설이 마음에 품고 있는 복잡하고 예리한 인간 심리를 암시한다. 눈에 보이는 단서가 전부가 아니며, 들리는 말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히가시노는 익숙한 듯 낯선 방법으로 다시금 들려준다.
『장미와 나이프』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편마다 사건의 분위기와 등장인물의 성격이 다르지만, 그 중심에는 경찰이 아닌 탐정이 캐내는 진상이라는 공통된 뼈대가 있다. 진실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며, 눈앞의 증거와는 반대로 숨어 있다는 것. 그 지점을 파고드는 게 히가시노의 미스터리다. 트릭과 반전은 기교를 넘어선 설계로 느껴졌고, 등장하는 탐정 캐릭터의 예리함은 전통적인 탐정소설의 묘미를 되살린다.
첫 이야기부터 독자를 쥐락펴락한다. 어두운 방, 서로를 의심하는 인물들, 그리고 함부로 단언할 수 없는 살인의 동기. 비극은 언제나 조용한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탐정이라는 인물이 경찰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사건의 틈새를 들여다보는 방식이었다. 불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진실 속에서 단서를 찾고, 사람들의 말과 침묵 사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는 장면에서는 손끝이 저릿했다.
이 책에서 탐정은 단지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인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의 어두운 욕망,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거짓말, 혹은 외면하고 싶은 과거까지 들추며, 한 걸음 더 깊숙이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그것은 단지 놀라움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반전의 끝에는 언제나 '인간이 왜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었는가'에 대한 답이 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추리소설이 아니라 인간극을 보는 듯한 깊은 감정의 물결에 휘말리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에도 역시 장르라는 테두리를 뚫는다. 범죄소설인 동시에 심리극이고, 탐정소설인 동시에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문학이다. 특히 인물 간의 관계망을 짜는 솜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각각의 이야기는 하나의 독립된 사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물들은 연극 무대 위의 배우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어떤 인물은 섬뜩할 만큼 냉정하고, 어떤 인물은 처연할 정도로 애틋하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이야기의 리듬을 끌어올린다. 이 책의 흡입력은 실로 강력하다. 다섯 편 모두 미스터리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각각의 사건은 완결성을 갖추면서도 히가시노 특유의 사람을 향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긴장감, 인간 심리의 그림자, 그리고 끝내 밝혀지는 진실까지. 추리소설의 쾌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장미와 나이프』에 담긴 다섯 편 모두 히가시노 특유의 오리지널 추리세계를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추리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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