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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 탐정, 수정 - 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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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11-2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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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탐정, 수정]은..??"

'배 연우' 작가님의 연작 단편 소설집 [탐정, 수정]. 2025년에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배연우 작가님의 <탐정, 수정>은 "2023년 제7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공모전 단편 부문" 수상작이었고, 해당 작품은 '미스테리아 51호'에 실렸다. 그리고 다음 호인 52호에 <탐정, 수정>에서 계속되는 <탐정, 지목>이, 58호에는 여기에 이어지는 <탐정, 도서>가 수록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탐정, 수정]은 이 세 편과 미스테리아에 실리지 않았던 두 편의 이야기가 추가로 포함된 단편집인 듯! (혹시 제가 모를 뿐 남은 두 단편도 어딘가에 실렸을 지도 모릅니다..;;)

줄거리 "대학 내에서 발견된 시체, 그리고 '대학생 탐정'"

<탐 정, 수정> 추리소설 감상 동아리 '사인도'의 멤버이자 '기숙사 무단침입사건'을 해결하며 '대학생 탐정'으로 불리게 된 '한유성'. 그런 그에게 최근 대학 내에서 한 학생이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은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며 도움을 청하는 학생이 찾아온다. 유성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추리를 들려주고, 유성의 소꿉협력자인 '수정'은 이를 옆에서 들으며 생각에 잠기는데...

감상 "끝까지 재미있는 논리의 향연"

감 상을 말하기에 앞서, 나는 이 책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손에 들었기 때문에 앞서 줄거리를 적은 첫 번째 이야기부터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 소개글을 찾아보고 읽는다면 아마 나만큼 재미있게 읽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책 소개글 정도의 스포(?)를 담지 않고서는 리뷰를 하기 어렵다는 거...?? 그러니 이 책을 가장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최소한 첫 번째 단편 정도는 읽고 나서 이 리뷰를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하면 좀 무책임한가...??ㅠ 사실 이건 스포에 아주 민감한 나의 엄살(?) 비슷한 거고, 실제로 이 책은 제목부터 '그 정도'의 스포는 하고 있기 때문에 알고 읽어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애초에 책 제목이 [탐정, 수정]이니까 아무리 첫 번째 이야기에서 '대학생 탐정' 유성이 추리를 멋지게 하더라도 결국 진짜 추리는 수정이 하겠지!라는 생각 정도는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 제목조차 염두에 두지 않고 책을 읽은 내가 생각이 없었던 거...지만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었으니 오히려 좋은 거라며..) 유성은 대학생 탐정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소 미묘한 포지션이다. 머리도 좋고, 추리력도 뛰어나지만 정말 사건을 해결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하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반면 수정은 역시 머리도 좋고 추리력도 뛰어난데 탐정을 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다. 다만 소설 속 설정상, 탐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 추리를 해야 하는 기묘한 입장에 처해 있는 상태이다. 글로 쓰고 보니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은 이 기묘한 설정은 소설을 읽는 동안 단순히 대학생들의 추리 게임!이라는 설정에 좀 더 '뭔가 있는 듯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다음 단편 혹은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여놓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추리는 하나의 사건에 하나의 추리가 아닌 여러 가지 추리를 맛볼 수 있는 다중 추리의 매력을 -다소 묘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탐정 vs. 탐정의 구도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건 이 책이 단순히 흥미로운 구도를 살린 소설이 아닌 굉장히 논리적인 본격 미스터리라는 점이다. 첫 번째 단편부터 퍼즐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듯한 추리를 선보이며 쾌감을 느끼게 만드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작가님은 분명 추리소설을 엄청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추리소설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지식이 바탕이 된 다양한 형태의 논리적인 이야기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게 바로 이 [탐정, 수정]이다. 한국 추리소설 중에는 기발한 설정으로 시선은 사로잡지만 막상 읽어 보면 감정에 호소하는 쪽으로 빠지거나 설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흐지부지한 결말로 뒷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많아서 아쉬웠는데, [탐정, 수정]은 샛길로 빠지지 않고 끝까지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한국 추리소설을 읽으며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당연히 후속작도 나오겠죠!?!?"

일 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치밀함에 있다. 도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정도면 '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계부터 철저하게 구성된, 그래서 가끔은 그저 따라가는 걸로도 급급한 이야기들을 만날 때, 그 집요함이 딸깍! 하고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짜릿함을 좋아해서 본격 미스터리를 읽는 게 아닌가 싶다. 나에게 한국 추리소설은 이런 치밀함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이미지이다. 기발한 설정으로 시선을 잡아끌지만 결국 '휴머니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논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추리가 빛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님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게 늘 아쉬웠다. 그런데 [탐정, 수정]은 '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치밀한 논리를 구축하는 작가님이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고, 다음 작품을 또 기다리게 되었다. 분명 이번에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있으니 꼭 후속작으로 풀어주시기를, 그리고 그 책에서도 지금처럼 오로지 논리로 즐거움을 주시기를 바라봐야겠다.

소설 속 문장들

쉬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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