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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 프로 탐정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 행복한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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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12-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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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례

2. 행복한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

초창기 세 작품에 드러난 스기무라의 특징이라면 (
1) 불운하게도 사건에 잘 휘말린다. (
2) 탐정으로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3) 두뇌회전이 빠른 사립탐정이나 형사였다면 놓치지 않았을 수수께끼의 힌트를 자주 놓친다. (
4) 직면하게 되는 사건은 가정 내, 교우관계, 회사에서 꼬여버린 인간관계로부터 태어난 악의가 대부분이다. (
5)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력이 강해서 여성들에게 사랑받는다.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468쪽) 편집자 후기에 실린 스기무라 사부로의 특징이다. 전직 출판사 편집자로 작은 탐정 사무소를 개업해 동네 사람들의 각종 의뢰를 받고 있는 생활밀착형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는 탐정 소설의 주인공으로 썩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나름 사건 해결을 잘한다. 게다가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은 아직 읽어 본 소설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세계관이 겹치는 현대물 소설이 몇몇을 제외하고 본격적인 시리즈물의 주인공이다. ‘행복한 탐정’시리즈의 주인공 스기무라 사부로의 다섯 번째 시리즈의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에는 동명의 소설을 포함한 3편의 중,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3. 절대 영도

가장 먼저 ‘절대 영도’는 중편에 가까운 소설로 하코자키라는 중년 여성이 스기무라의 사무실로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딸 사사 유비가 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입원했지만, 사위인 사사 도모키가 면회를 막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코자키와 유비는 평소 매우 친밀한 모녀 관계로, 유비는 사소한 일까지 어머니와 의논했기에 유비의 자살을 시도한 이유가 그녀 때문이라는 사위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사 도모키는 하코자키의 병원 방문을 철저히 차단한다. 심지어 병원 측도 배우자의 동의 없이는 면회를 허락하지 않으며, 주치의와의 접촉마저 거부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하코자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기무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스기무라는 어머니의 면회도 거부하는 것에서 단순한 가족 간 갈등 이상의 무엇인가를 감지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는 유비의 주변 인물들과 접촉하며 그녀의 자살 시도 배경을 파헤친다. 조사 절차에서 사사 도모키라는 인물의 진상이 드러난다. 여성을 경멸하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폭력적인 면모를 자주 보이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강압적인 서열 문화와 후배에 대한 폭력적 관습이 만연한 필드하키의 동호회의 주축 선수이기도 한 그는 강압적인 서열 문화와 후배에 대한 폭력적 관습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선배만 얽히지 않으면 최고의 남자라며 도모키를 옹호한 유비는 그와 결혼까지 한 것이다. 유비의 주위를 조사하던 스기무라는 유비의 대학 동료인 가사이에게 이러한 그녀의 과거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가사이는 이렇게 덧붙이다. “저는 우리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술만 나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 (144쪽) 분명 도모키에 대한 이야기인데 두루두루 적용이 될 것 같은 말이었다. 문제가 적지 않게 드러난 하카 동호회를 살피던 중 끔찍한 비극이 도모키, 유비 부부 등과 얽혀 있음이 드러나고 그들 중 일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살을 시도했다던 딸의 근황을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점차 여성 혐오와 가정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끄집어 낸 것이다. 제목인 ‘절대 영도’는 물리학에서 이론적으로 이용 가능한 최저 온도로, -273.15°C 의미한다. 이를 표현한 대목이 소설 후반 한 군데 나온다. 내 귀에 들리는 것은 인간의 육성인데 거기에는 희미한 온기조차 없었다. 다마키 고지의 체온은 ‘할 일을 하자’고 결심했을 때부터 절대 영도가 된 것이다. (191쪽) 도모키 일당에게 가족을 잃은 하키 동호회 소속이었던 다마키의 모습을 스기무라가 묘사하는 대목이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이 생각이 나기도 했다. 딸에 대한 한 중년 집사람의 의뢰로 시작하지만 가정 폭력, 여성 혐오까지 계속 이어지는 ‘절대 영도’는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에서 가장 무게감과 몰입감이 있는 소설이었다. 이 한 편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이유가 있는 절대 영도이다.

4. 화촉

두 번째 ‘화촉’은 앞선 절대 영도나 이어지는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보다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 강한 이야기이다. 스기무라가 사무실을 낸 집의 주인인 다케나카 부인의 부탁으로 그녀의 지인의 조카 결혼식에 보디가드 겸 운전수로 같이 가달라고 부탁한다. 단순하게 결혼식만 참석하면 되는 줄 알았던 스기무라는 도착한 결혼식장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당일 결혼식장에서 예정된 식은 2건이었으나 2건 모두 예상과 다르게 취소가 되는데, 예식 직전 파혼이 일어나고 축의금까지 돌려주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스기무라가 자신만의 진행 방법으로 결혼식이 예정된 두 신부에게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5.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마지막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다소 철학적으로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앞서 분노를 유발하게 만든 ‘절대 영도’와는 다른 분노를 자아내게 만든다. 어느 날 다케나카의 집안의 며느리와 그의 딸이 스기무라를 찾아와 사자나미와 그녀의 어머니 구치다라는 인물이 찾아오면 의뢰를 맡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구치다 마키라는 여자는 그녀의 딸 사자나미와 함께 스기무라를 찾아와 그녀와 전 남편 사이에 태어난 류세이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증거를 찾아달라고 한다. 고민 끝에 의뢰를 받아들인 스기무라는 의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구치다 미키의 경박하고 몰상식한 행동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여전히 존재함을 깨닫는다. 아이를 이용해 합의금과 양육비를 얻어내려는 전형적인 몰상식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의뢰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구치다 미키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여동생을 만나고 그녀에게서 미키가 살아온 과정을 들은 스기무라는 구치다 미키에게 류세이는 지금 행복하다는 보고서를 보내며 의뢰를 종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미키와 연락이 되지 않고, 갑자기 그녀의 동생이 사나자미와 함께 목격된다. 미키가 아닌 그녀의 동생이 왜 사나자미와 함께 있는 것일까? 사건이 해결되며 그 이유가 밝혀지긴 하지만 영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읽으면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6. 마치며

조금은 어설프고 친근한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활약하는 세 가지의 사건 중 절대 영도와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단순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드러나지 않은 사회 문제 꼬집어 내는 내용이어서 그렇게 재미있게만 읽을 수는 없는 내용이었다. 『의 위증』, 『모방범』과 같이 답답한 마음으로 몰입이용 가능한 내용이어서 그런 것 같다. 앞서 소개한 대로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행복한 탐정의 다섯 번째 시리즈이다. 앞선 시리즈는 이렇다. 『누군가』 (
2003), 『이름 없는 독』 (
2006),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
2015), 『희망장』 (
2016) 시리즈인 만큼 웬만하면 차례대로 도전해 봐야겠다.

7. 저자 소개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대표번호031-818-1538